'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읽고: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을 다시 생각하다

 

에히리프롬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우리는 지금 삶을 사랑하고 있을까?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읽으며 가장 오래 머물렀던 질문은 “나는 지금 삶을 사랑하고 있는가?” 였다.

우리는 매일 열심히 살아간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목표를 세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것과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

프롬은 삶을 단순히 생존하는 상태로 바라보지 않는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며 자신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사랑 역시 감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성장시키고 더 온전한 존재가 되도록 돕는 적극적인 태도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세 가지 질문 앞에 멈춰 섰다.

  1.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가?
  2.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을 돕는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3. 그리고 나는 죽음을 의식하며 지금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번 글에서는 이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과 일상에 적용해볼 수 있는 질문까지 함께 기록해본다.

1. 삶은 멈추지 않는 성장의 과정이다

프롬은 삶을 변화하고 성장하며 하나의 온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삶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무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같은 씨앗이라도 그 나무가 자라는 환경과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어떤 나무는 크게 자라고, 어떤 나무는 작은 화분 안에서 자란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타고난 성향과 환경, 경험에 따라 각자의 성장 방식은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가’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과정 안에 있는가일지도 모른다.

성장이 멈추고 변화가 멈추면 삶 역시 정체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성장은 반드시 새로운 자격증을 따거나, 더 높은 성과를 내거나, 더 많은 것을 이루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제보다 나의 감정을 조금 더 이해하는 것.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것.
익숙한 생각에 의문을 갖는 것.
실패를 통해 나에게 맞는 방법을 다시 찾아가는 것.

이 역시 삶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내가 던져본 첫 번째 질문

“나는 지금 무엇을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이 질문을 가끔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로 했다.

무언가를 더 이루기 위한 성장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도 결국 이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문장을 많이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을 통해 나의 생각과 행동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




2.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성장시키는 힘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사랑에 대한 관점이었다.

우리는 사랑을 흔히 감정으로 생각한다.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마음.

하지만 프롬이 말하는 사랑은 조금 더 적극적이다.

사랑은 상대방의 성장과 행복, 자유에 관심을 갖는 행동이다.
그리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인내,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런 생각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 정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일까?

우리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을 주려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상대방을 위한 사랑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랑한다면 먼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내가 가진 기준으로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욕구와 본성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사랑에는 상당한 내적 힘이 필요하다.

실망할 용기,
기다릴 수 있는 인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독립적이고 온전한 존재로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

프롬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안정해지고, 그 불안정함 때문에 끊임없이 외부에서 무언가를 얻으려 한다고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사랑과 자기성장이 결국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그러면 사랑도 쉽게 집착이나 통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면 상대방에게도 조금 더 자유를 줄 수 있다.


내가 던져본 두 번째 질문

“나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더해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온전한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사랑은 상대방을 내 방식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랑은 굉장히 능동적인 성장의 행위다.

그리고 좋은 facilitator의 역할도 어쩌면 이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아닌, 상대방이 스스로 답을 찾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질문하고 기다려주는 것.

결국 상대방의 삶에 개입하기보다 그 사람의 성장을 존중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3. 죽음을 바라볼 때 비로소 삶이 선명해진다

책의 마지막에서 다시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프롬은 오히려 충분히 살아가는 사람은 죽음을 덜 두려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구분이 있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와 “나는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우리가 가진 것에 나 자신을 동일시하면, 그것을 잃는 순간 나 자신도 함께 잃어버린 것처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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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가진 것들의 총합이다”라고 생각할수록 죽음은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사건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존재와 내면의 활동에서 정체성을 찾는 사람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삶과 죽음을 바라볼 수 있다.

이 부분은 내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도 연결되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우울한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확인하는 과정일 수 있다.

만약 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 중 무엇을 계속하고 싶은가?
누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어떤 관계를 놓아주고 싶은가?
무엇을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은가?

죽음이라는 질문은 결국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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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수업, 철학, 책리뷰

내가 던져본 세 번째 질문

“만약 내가 지금의 삶을 잃게 된다면, 가장 아쉬울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답이 지금의 삶에서 충분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지도 생각해본다.

어쩌면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창한 행복을 찾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을 사용하는 것.

결국 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일치하는 삶이 삶을 사랑하는 방식일 수 있다.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읽으며 삶과 사랑, 죽음은 서로 다른 주제가 아니라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삶은 성장과 변화의 과정이고,
사랑은 서로의 성장을 돕는 힘이며,
죽음은 지금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질문이다.

결국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삶을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 계속해서 살아가려는 적극적인 태도에 가까운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 자신을 이해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실망해도 다시 시도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시간을 쓰는 것.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삶을 내 기준으로 바꾸려 하기보다, 각자가 자기 삶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다리고 질문하는 생각의 힘을 키우는 과정이 바로 성장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통해 정답을 찾기보다 좋은 질문을 발견하고 싶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생각해보며, 일상 속에서 점차 성장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다짐해본다.